바이러스는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개념에 도전하지만, 그들은 생명의 그물에서 필수적인 일원이다
1950년대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던 고전 코미디 <신혼여행(Honeymooners)>의 한 에피소드에서 브루클린의 버스 운전사 랄프 크램든은 아내 앨리스에게 “나는 당신이 얼마나 쉽게 바이러스에 감염되는지 알고 있어.”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반세기 전에 크램든과 같은 일반 사람들도 바이러스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바이러스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약 100년 동안 과학계는 바이러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반복적으로 바꾸어 왔다. 처음에는 독으로, 그다음에는 생명체, 그다음에는 생물학적 화학 물질로 여겼다. 오늘날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회색 영역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복제할 수 없지만, 진짜 살아있는 세포에서는 복제할 수 있으며, 그들 숙주의 행동에 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현대 생물학은 오랫동안 바이러스를 무생물로 분류했고, 이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진화 연구에서 바이러스를 무시하도록 이끄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마침내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를 생명의 역사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받아들이다
바이러스를 분류하기 어려운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바이러스는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른 존재로 보인다. 바이러스에 대한 초기 관심은 질병과의 연관성에서 비롯되었다. "바이러스"라는 단어는 "독"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19세기 후반에 연구자들은 광견병과 구제역을 포함한 특정 질병이 박테리아처럼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훨씬 작은 입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들은 분명 생물학적이며, 명백히 생물학적 효과로서 한 희생자에서 다른 희생자로 퍼질 수 있었다.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단순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바이러스가 불활성 물질로 강등된 것은 1935년 이후였다. 웬델 M. 스탠리와 그의 동료들은 현재 뉴욕시에 있는 록펠러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바이러스(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를 결정화했다. 그들은 바이러스가 복잡한 생화학 물질의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대사 기능, 즉 생명의 생화학적 활동에 필요한 필수 시스템이 부족했다. 스탠리는 이 연구로 1946년에 노벨상(생리학이나 의학이 아닌 화학)을 공동 수상했다.
스탠리와 다른 이들의 추가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감염과 관련된 필수 단백질을 보호할 수 있는 단백질 외피로 둘러싸인 핵산(DNA 또는 RNA)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설명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유기체라기보다 화학 세트에 더 가깝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세포(감염 후 숙주라고 함)에 들어가면 비활성 상태를 벗어난다. 그것은 단백질 외피를 벗고 유전자를 드러내며, 침입자의 DNA 또는 RNA를 복제하고 바이러스 핵산의 지시에 따라 더 많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세포 자체를 복제 기계로 만든다. 새로 생성된 바이러스 조각들은 모여서 더 많은 바이러스가 발생하며, 이는 다른 세포도 감염시킬 수 있다.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화학과 생명의 경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보다 시적으로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바이러스 학자인 마르크 H. V. 반 레겐모르테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브라이언 W. J. 마히는 최근에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종의 빌린 삶”을 산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생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단순한 화학 물질 상자라는 견해를 오랫동안 선호했지만, 그들은 핵산이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숙주 세포에서의 바이러스 활동을 이용했다. 실제로 현대 분자 생물학은 바이러스를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분자 생물학자들은 계속해서 세포의 필수 구성 요소 대부분을 결정화했으며 오늘날에는 세포 구성 요소(예: 리보솜, 미토콘드리아, 막, DNA 및 단백질)를 화학 기계 또는 그 기계가 사용하거나 생산하는 물질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생명의 과정을 수행하는 여러 복잡한 화학 구조물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아마도 대부분의 분자 생물학자들이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을 푸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이들에겐 그러한 의문이 개별 세포 내 구성 요소 자체가 살아 있는지 여부를 숙고하는 것과 동일하게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근시안적 관점으로는 바이러스가 세포를 선택하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방법만 볼 수 있다. 지구 생명체 역사에서 바이러스의 기여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질문은 대부분은 답이 없고, 심지어 묻지도 않은 채 남아 있다.
죽었거나 살았거나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지에 대한, 겉으로 보이기엔 단순한 질문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 이유로 아마도 지난 몇 년 동안 무시해 왔을 것이다. “생명”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생명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정의를 내리긴 어렵지만, 대부분의 관찰자들은 생명이 복제 능력 외에 특정한 특성을 포함한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생명체는 탄생과 죽음이 경계를 이루는 상태에 있다. 살아있는 유기체는 또한 유기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분자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대사 활동을 수행하는 어느 정도의 생화학적 자율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수준의 자율성은 대부분의 생명에 관한 정의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본질적으로 생명의 모든 생체 분자 측면에 기생한다. 즉, 핵산 합성, 단백질 합성, 가공 및 수송에 필요한 원료와 에너지, 그리고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기타 모든 생화학적 활동을 숙주 세포에 의존한다. 그런 다음 이러한 과정이 바이러스의 지시를 받아 이루어지더라도 바이러스는 단순히 살아있는 대사 시스템의 무생물 기생충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확실히 살아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다.
바위는 살아있지 않다. 유전 물질과 번식 가능성이 없는 신진대사가 활발한 리소좀(작은 지질 주머니 안에 각종 가수분해효소들이 들어있는 세포 내 소기관)도 살아있지 않다. 그러나 박테리아는 살아 있다. 그것은 단일 세포이지만 스스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분자를 생성하고 번식할 수 있다. 그러나 씨앗은 어떨까? 씨앗은 살아있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의 가능성이 있으며 파괴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보다는 종자와 유사하다. 바이러스는 제거할 수 있는 특정한 생명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보다 자율적인 삶의 상태엔 도달하지 못한다.
생명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은 특정 무생물의 집합체의 창발적인 속성으로 보는 것이다. 생명과 의식은 모두 창발 하는 복잡한 시스템의 예다. 그것들은 각각의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 임계 수준의 복잡성(complexity) 또는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 뉴런 자체 또는 신경망에 있는 뉴런은 의식이 없다. 의식은 전체 뇌의 복잡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온전한 인간의 뇌도 생물학적으로 살아 있지만 의식이 없거나 "뇌사"일 수 있다. 유사하게, 세포나 바이러스의 개별 유전자나 단백질은 그 자체로 살아 있지 않다. 핵이 제거된 세포는 완전한 복잡성의 임계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뇌사 상태와 유사하다. 바이러스 역시 높은 수준의 복잡성에 도달하는데 실패했다. 따라서 생명 자체는 새롭고 복잡한 상태이지만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동일한 기본 물리적 구성 요소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하면 바이러스는 완전히 살아 있지는 않지만 불활성 물질 이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실, 10월에 프랑스 연구원들은 일부 바이러스가 생명체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는지를 새롭게 보여주는 발견을 발표했다. 마르세유 지중해 대학의 디디에 하울과 그의 동료들은 1992년에 발견된, 가장 큰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는 미미바이러스(Mimivirus)의 게놈을 시퀀싱 했다고 발표했다. 이 바이러스는 작은 박테리아와 거의 같은 크기로 아메바를 감염시킨다. 이 바이러스의 서열 분석은 이전에 세포 유기체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수많은 유전자를 밝혀냈다. 이러한 유전자 중 일부는 바이러스 DNA에 의해 암호화된 단백질을 만드는 데 관여하며 미미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복제 시스템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한다. 연구팀은 사이언스 저널에 제출한 논문에서 미미바이러스의 유전적 보완물(complement)의 엄청난 복잡성은 "바이러스와 기생 세포 유기체 사이의 기존 경계에 도전”한다고 언급했다.
진화에 미치는 영향
바이러스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분류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바이러스의 상태를 생물 또는 무생물로 생각하는 것은 철학적 사유 이상의 것으로 활발하고 열띤 수사적 토론을 기반하지만 실질적인 결과는 거의 없는 걸까? 과학자들이 이 질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진화의 메커니즘에 대한 생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것은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세포 생명체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유한 고대 진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손상된 DNA를 절제 및 재합성하고, 산소 라디칼 손상을 치료하는 등의 일부 바이러스 복구 효소는 특정 바이러스에 고유하며 수십억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진화 생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살아 있지 않기 때문에 진화를 이해할 때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한 바이러스가 어떻게든 단백질 외피를 획득하고 숙주로부터 탈출한, 숙주 유전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이러스는 기생충으로 퇴화한, 도망친 숙주 유전자다. 그리고 이렇게 바이러스가 생명의 그물에서 제거됨으로써 그들이 종의 기원과 생명 유지에 기여한 중요한 공헌이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2002년에 발행된 “The Encyclopedia of Evolution”의 1,205페이지 중 4페이지 만이 바이러스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진화 생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진화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연구자들은 바이러스를 무생물로 보고 기후 변화와 같은 영향의 범주에 넣는다. 이러한 외부 영향은 유전적으로 제어되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개체 중에서 선택한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가장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는 개체는 가장 성공적으로 번식하여 미래 세대에 유전자를 퍼뜨린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유기체, 즉 생명의 그물 자체 내에서 유전 정보를 직접 교환한다. 대부분의 의사들과 아마도 대부분의 진화 생물학자들에게도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알려진 바이러스가 지속적이고 무해하며 병원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세포에 거주하며 장기간 휴면 상태를 유지하거나 느리고 일정한 속도로 번식하기 위해 세포의 복제 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숙주 면역계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많은 영리한 방법을 개발했다. 본질적으로 면역 과정의 모든 단계는 한 바이러스 또는 다른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유전자에 의해 변경되거나 제어될 수 있다.
게다가, 바이러스 유전체는 숙주를 영구적으로 식민지화하여 숙주 혈통(lineages)에 자신의 유전자를 추가하여 궁극적으로 숙주 종 유전체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더 천천히 생성되는 내부 유전적 변이 중에서 단순히 선택하는 외부 영향보다 더 빠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빠른 복제 및 돌연변이 속도와 결합된 엄청난 수의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를 세계 최고의 유전 혁신 원천으로 만든다. 즉, 끊임없이 새로운 유전자를 "발명"한다. 그리고 바이러스에서 기원한 고유의 유전자들은 다른 유기체로 이동하여 진화적인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국제 인간 유전체 시퀀싱 컨소시엄(International Human Genome Sequencing Consortium)에서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박테리아와 인간 유전체에 존재하는 113~223개의 유전자가 이 두 진화론적 양극단 사이에 놓여있는 잘 연구된 유기체(예: 효모, 초파리 및 예쁜꼬마선충)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연구자들은 박테리아가 등장한 이후에 발생했지만, 척추동물 이전에 등장한 이러한 유기체들은 진화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문제의 유전자를 단순히 상실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유전자가 박테리아의 침입으로 인간 혈통에 직접 전달되었다고 제안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세 번째 대안을 제안했다. 바이러스로부터 유전자가 유래했으며 박테리아와 척추동물과 같은 두 가지 다른 계통을 식민지화했다는 것이다. 박테리아로부터 인간에게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가 바이러스에 의해 두 집단 모두에게 주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이 과학자들은 세포핵 자체도 바이러스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 인간을 포함한 진핵생물(세포에 진정한 핵을 포함하는 유기체)을 박테리아와 같은 원핵생물과 구별하는 핵의 출현은 원핵생물이 진핵생물이 될 때까지 점진적으로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럽게 설명될 수 없다. 오히려 핵은 원핵생물 내에서 지속적으로 칩입했던 대형 DNA 바이러스에서 진화했을 수 있다. 이 아이디어에 대한 일부 근거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T4라는 바이러스의 DNA 중합효소(DNA 복제 효소)와 관련한 유전자가 진핵생물 및 진핵생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다른 DNA 중합효소 유전자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염기서열 데이터에서 비롯된다. 파리슈드대학교의 패트릭 포르테르는 또한 DNA 복제를 담당하는 효소를 분석했으며 진핵생물에서 그러한 효소에 대한 유전자는 아마도 바이러스로부터 기원했을 거라고 결론지었다.
단세포 유기체에서 인류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는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며 종종 무엇이 살아남을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바이러스 자체도 진화한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1과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는 연구자들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학적 개체일 수 있으며, 작동하는 진화의 예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바이러스는 생물에 있어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생물학과 생화학의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계다. 우리가 점점 더 많은 유기체의 유전체를 계속 규명함에 따라 이 역동적이고 오래된 유전자 공급원의 기여가 분명해져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 살바도르 루리아는 1959년에 진화에 대한 바이러스의 영향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세포 유전체와 합쳐지고 다시 세포로부터 출현하는 진화의 과정에서 우리는 모든 살아있는 세포의 기반이 되는 성공적인 유전자 패턴을 만들어 낸 단위와 과정을 관찰한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요?”라고 썼다. 우리가 바이러스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제는 생명의 그물 내에서의 자연적인 맥락에서 바이러스를 인정하고 연구해야 할 때다. (번역 김명호)
Luis P. Villarreal. Are Viruses Alive?. Scientific Americans. August 8, 2008.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are-viruses-alive-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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