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있어 중요한 수수께끼는 아니겠지만 인터넷을 살펴보면 전 세계 곳곳에서 동일한 의문을 품고 있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우리 도시에 살고 있는 비둘기들에 대해서다. 대체 죽은 비둘기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아~ 이건 비둘기의 천국이란게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체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비둘기는 교통 체증, 버스 이용객, 심야 테이크아웃 만큼이나 전 세계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런던만 해도 1,000 평방 마일을 가로지르는 많은 공원과 정원에서 100만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엄청난 숫자와, 그리고 도시에 사는 비둘기가 3-4년 이상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왜 죽은 비둘기가 도시 거리에 흩어져 있지 않은지 궁금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가능한 이유가 있다. 첫째, 비둘기는 우리 도시를 집으로 삼기로 한 다양한 생물 중 일부일 뿐이다. 여우, 쥐, 갈매기, 까마귀와 갈까마귀는 죽은 비둘기를 포함해 마주치는 모든 썩은 고기를 청소하는 훌륭한 일을 한다. 이 종은 썩어가는 물질에 대한 인간의 노출을 줄이고 전염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도시 생태계에 헤아릴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토착 청소부를 비롯해 집고양이 또한 죽거나 부상당한 비둘기를 마주치면 행복해하는 주민이다. 런던에만 약 50만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양이 한 마리당 대략 비둘기 두 마리 꼴이다. 운이 좋은 고양이라면 집에 한 마리 정도는 선물로 가져올 수 있다. 집고양이든 다른 육식 동물이든 이 은밀한 거리 청소부 네트워크는 대게 사람의 눈에 띄기 훨씬 전에 비둘기 시체를 처리한다.
고층 은신처
그러나 대부분의 비둘기는 단순히 땅에 떨어져 죽지 않는다. 몸이 좋지 않고, 그래서 취약해진 비둘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이해하려면 비둘기의 기원을 조사해야 한다. 우리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비둘기는 심각한 “재야생화(rewilding)”를 겪은 집비둘기다. 그들은 원래 전서 비둘기(homing pigeons: 편지를 전하는 비둘기)로 사육되었으며, 전화가 등장하기 훨씬 전에 중요한 메시지를 멀리 전달하기 위해 훈련된 새였다. 이런 비둘기들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 권위있는 메달을 수여받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원래 전서 비둘기는 수세기 전에 바다 절벽과 해안 동굴에서 서식하는 야생의 양비둘기(rock doves)를 사육한 것이다. 고층 건물과 높은 난간이 있는 도시는 야생 비둘기에게 이상적인 둥지 장소를 제공하고 조상의 집을 연상시키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출생 배경은 비둘기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본능적으로 어둡고 외딴 곳(환기 시스템, 다락방, 건물 난간)으로 몸을 숨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식자는 이러한 비둘기를 보지 못하고, 당연히 우리도 볼 수 없다. 이렇게 몸을 숨긴 비둘기는 종종 그대로 숨을 거둔다.
수명보다 짧은 삶
그러나 실제로 비둘기가 죽는 원인은 무엇일까? 비둘기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질병에 더 취약해지고 다가오는 포식자에 대한 반응이 느려지는 경우가 많다. 포식자가 새떼를 공격할 때 느린 개체는 그룹에서 도태되어 쉬운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늙어서 죽는 것은 자연의 관점에선 사치다. 대부분의 비둘기는 이러한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 느려지거나 질병의 징후를 보이는 비둘기는 그 즉시 송골매, 새매 또는 기타 포식자에게 쫓기게 된다.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약간 섬뜩한 대안 중 하나는 건물 주변에 종종 걸려 있는 그물이다. 새들은 그런 그물로 쉽게 날아들어 가서 얽힐 수 있다. 늙거나 아픈 비둘기 뿐만 아니라 그물을 알아차리지 못한 불행한 모든 새도 마찬가지다. 그물은 일반적으로 지면보다 높기 때문에 탈출하려 고군분투하다가 죽은 비둘기들은 보통 아래에 있는 청소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매달려 있게 된다.
맹금류에게 사냥당하거나, 인간이 만든 장애물에 얽매이거나, 고층 빌딩 옥상 정원의 외딴 구석에 혼자 있든 죽은 비둘기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우리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는 도시 생태계 안에서 처리된다. (번역 김명호)
* 원문
Steve Portugal. Where are all the dead pigeons?.Conversation. June 27, 2018.
https://theconversation.com/where-are-all-the-dead-pigeons-98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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