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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과학-과학사

잘못된 인터넷 정보의 그물에 사로잡힌 거미

by 명랑한 소장님 2022. 11. 14.

일러스트 김명호

연구자들은 선정적인 정보가 어떻게 퍼지는지 연구하기 위해 거미를 다룬 수천 개의 뉴스 기사를 살펴보았다.

그들의 발견은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거미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거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거미는 옷장을 기어 다니거나 우리를 괴롭히는 곤충을 잡아주지만, 또한 우리의 마음속을 기어 다니기도 한다. 저 구석에 아무렇지도 않게 쳐져 있는 거미줄에는 독이 있는 거미가 있을까? 날 공격할까? 죽여야 하나? 아니, 난 저걸 잡을 수 없어. 근데 검은과부거미면 어쩌지?

 

맥길 대학교의 거미학자인 캐서린 스콧(Catherine Scott)은 거미가 받는 부당한 평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말하면, 그들은 종종 “거미가 나를 물었던 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녀는 근처에 짓눌린 거미가 없거나, 몸 위로 기어 다니는 거미를 본 게 아니라면 피부에 물린 자국은 다른 것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거미의 종류는 50,000종 이상이며 인간에게 해를 줄 수 있는 거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의료 전문가도 항상 최상의 정보를 가진 것은 아니며 물린 자국을 오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스콧 박사는 말한다.

 

이 팔다리가 긴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는 뉴스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스콧 박사를 비롯한 전 세계 6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81개국에서 40개 언어로 온라인에 게시된 거미 물림 관련 뉴스 5,348건을 수집했다. 그들은 각 기사를 읽으면서 틀린 사실이 있는지 또는 감정적으로 난해한 언어가 있는지 주목했다. 선정적이라고 평가한 기사의 비율은 43%, 틀린 사실이 실린 기사의 비율은 47%였다.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된 이 연구는 광범위하고, 상호 연결된 잘못된 정보의 그물을 드러냈다. 선정적인 이야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이런 잘못된 기사들은 인도에서 중국, 폴란드, 아르헨티나, 미국에 이르기까지 며칠 만에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이런 기사들은 흔히 지역적인 수준에서 시작되고, 국내 및 국제 뉴스 매체에 의해 증폭된다. 그릇된 정보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현대에 나타난 그릇된 정보의 특징이라고 정의한다. 즉, 특정한 한 사건을 통해 작은 오류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것은 거미에 관한 뉴스와 정치 뉴스 모두 해당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이탈리아 국립연구회(National Research Council of Italy)의 생태학자인 스테파노 맘몰라(Stefano Mammola)는 “호주의 작은 마을에서 한 농부가 물린 것과 같은 아주 지역적인 사건이라도 순식간에 전 세계 신문에 보도되는 뉴스 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스콧 박사는 "이것은 사람들이 거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화와 매혹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변에 옳은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야기의 선정성을 측정하기 위해 그룹은 "악마", "살인자", "추악한", "악몽" 및 "테러"와 같은 감정적 단어를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를 살폈다. 그런 다음 그들은 기사의 오류를 계산했다. 사람들은 거미를 곤충이라고 불렀나? (거미는 절지동물이다) 그들은 특정 거미의 위험을 과장했나? 그들은 기본적인 거미 해부학에 대해 잘못 알고 있나?

 

대부분의 결과는 극명했지만 이러한 종류의 거미 뉴스에 익숙한 대부분의 과학자에게는 충격적이지 않았다. 거미에 대한 광범위한 공포가 거미류에 대한 선정주의 이전에 왔는지 또는 그 반대인지 여부는 관계없다. 공포와 선정주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서로를 먹여 살린다. 맘몰라 박사는 "특정 주제가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선정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분석하자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거미에 대한 보도는 국가마다 크게 달랐다. 멕시코의 거미 뉴스는 거의 완전히 선정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핀란드의 거미 뉴스는 전적으로 거미학자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거미 관련 뉴스는 옳은 기사와 선정적인 기사가 혼재되어 있다. 국제 또는 국내 독자가 있는 출판물은 지역 출판물보다 거미 뉴스를 더 선정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차이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예를 들어, 호주는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보다 더 위험한 거미들의 고향이지만 호주 간행물에 실리는 거미 뉴스는 일관되게 정확하며 거의 감정을 수반하지 않는다. 반면에 영국은 위험한 독이 있는 거미 종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미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었다.

 

맘몰라 박사는 검은과부거미는 영국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독성이 훨씬 낮은 비슷하게 생긴 거미(noble false widow, 꼬마거미과의 한 종)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하면서 “이 가짜 검은과부거미에 대한 보고 때문에 학교를 여러 번 폐쇄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미 때문에 집에 화재가 난 경우도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아마도 일부의 경우에선 그 지역에 거미가 부족해 이 동물이 더 위험하게 여겨지지만, 거미가 많으면 일종의 공동 노출 치료처럼 거미에 대한 두려움을 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제안했다.

 

거미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워싱턴 대학의 정보 과학자인 제빈 웨스트(Jevin West)는 2020년 미국 선거에서 선정적인 거미 뉴스의 확산과 잘못된 정보의 순환 사이의 유사점을 지적했다. 2020년에 가장 많이 유통된 기사 중 다수는 지역 뉴스를 소스로 하는 전국 간행물, TV 쇼 및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터에 의해 선택되었습니다. “이러한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의해 기사가 크게 증폭되었지만, 이들이 반드시 그 콘텐츠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콘텐츠는 지역 단위에서 오고 있었습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효과적인 전략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종종 전국 출판물보다 지역 출판물을 더 신뢰한다. 독자들은 지역 사회에서 자신들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사건에 대해 알리기 위해 많은 지역 매체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웨스트 박사는 이 정보가 전국 단위의 관심을 받게 되면 틀린 사실이 잘못된 정보에 이야기를 더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선거 사기와 거짓 살인 거미 모두에 해당한다.

 

연구원들은 이 새로운 데이터 세트를 해석하는 방법과 다음 단계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거미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거미 공포증의 유행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잘못된 거미 뉴스를 방지하는 방법이 있을까? 스콧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이 세계적인 뉴스와 정보가 퍼지는 방식이며, 주제가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거미에게 특별한 무엇이 있나요?”

 

현재로서는 인터넷에는 옳은 정보와 그릇된 정보가 계속해서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선 약간의 힌트만 있을 뿐이다. (번역 김명호)

 

* 번역 출처

Oliver Whang. Spiders Are Caught in a Global Web of Misinformation. New York Times. Aug. 25,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