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베르너 좀바르트가 제기한 이 질문은 20세기가 진행됨에 따라 관련성이 커졌다.
국내외의 좌파 정치가 워싱턴에 혐오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미국은 나쁜 의미에서 예외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 애덤 스미스는 에드워드 오스본 옥스퍼드 대학교 미국 정치학 및 정치사 교수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미국 자본주의의 발전이 사회주의 혁명에 더 취약할지 덜 취약할지 판단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참정권과 토지 가용성이 자본 축적에 기반한 계급을 견딜 수 없게 만들까, 아니면 계급 의식의 발전을 방해할까? 유럽 사회주의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는 미국이 예외적인 나라이며, 나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베르너 좀바르트는 1906년 저서에서 “왜 미국에는 사회주의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좀바르트는 인종적 구분이 계급 의식의 발전을 치명적으로 약화시켰다고 결론지었다.
*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 1863-1941)는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로, 마르크스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그는 19세기와 20세기 초에 활동했으며, 특히 자본주의의 발전과 그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분석으로 주목받았다. (옮긴이 주)
1920년대 미국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미국 자본주의가 매우 강력하고 정치 체제의 특성이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려면 다른 곳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들은 미국이 마르크스가 제시한 역사의 법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단'에 대해 스탈린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정통 교리를 주장하며, 모든 사회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역사 발전의 일반적인 규칙이 있다고 비난했다. 냉전 초기에 미국 역사를 특징짓는 근본적인 합의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했을 때, 하버드대 정치학자 루이스 하츠는 미국이 봉건적 과거가 없이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에 ‘이즘(isms)’을 위한 이념적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답은 미국 정부가 유럽 정부보다 노동 불안을 진압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데 더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가 없는가'라는 논쟁에 대한 현학적 답변은 미국에는 항상 사회주의가 존재했으며, 뉴딜 시대에는 세금과 정부 개입 수준이 다른 곳의 추세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이 의미하는 바는 더 좁게는 왜 19세기 말에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에 상응하는 미국식 사회주의가 발전하지 못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답은 왜 그래야 하는가다. 미국의 예외주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예외주의가 발달한 유럽 사회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더 나은 질문일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예외가 있다. 군대다.’
- 수잔 메리 그랜트는 뉴캐슬 대학교 미국사 교수다.
사회주의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은 종종 확신보다는 주장에 가깝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22년 설문조사에 참여한 미국인의 36%는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자본주의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57%에 그쳤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원칙에 따라 건국되었지만, 인종과 계급 불평등을 바탕으로 경제적, 지리적으로 성장했다.
건국 이념에서 벗어난 이러한 상황은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에 있는 모순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게 만든다. 대호황시대(Gilded Age: 미국 남북전쟁 후의 대 호황기)의 민족적, 계급적, 인종적 긴장은 미국 사회당(1901년)을 통해 사회주의를 주류 정치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사회당은 인종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경제적 문제는 그러지 않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죽기 전 해에 '두 개의 미국'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번영의 기적이 넘쳐나는’ 한 쪽에서는 ‘수백만 명의 일자리에 굶주린 사람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일자리를 찾아 매일 거리를 걷고 있다’고 말하며 두 문제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한 긴밀한 연관성을 고려할 때 두 문제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킹은 '생활 가능한 소득과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보다 점심 카운터를 통합하는 것이 훨씬 쉬웠다'고 지적했다.
* '생활 가능한 소득과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보다 점심 식당 카운터를 통합하는 것이 훨씬 쉬웠다': 1960년대 미국의 인종 분리 정책 하에서, 특히 남부 지역의 많은 식당에서는 흑인과 백인이 같은 공간에서 식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옮긴이 주)
미국 사회의 통합은 실제로 사회주의를 향한 적대감과 관련하여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 통합은 단순히 인종적 통합뿐만 아니라, 청교도들이 엄격한 종교적 도덕을 미국 땅에 가져온 이래로 전통적으로 성공과 구원을 동일시해온 이 나라에서 사회적, 경제적 분열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Poor Richard’s Almanack)>부터 호레이쇼 알저의 <가난한 딕(Ragged Dick)>에 이르기까지, 누더기에서 부자가 되는 비결은 여전히 개인의 기술과 노력에 의존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어떠한 형태의 국가 개입이든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특히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는 더욱 그렇다.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이나 린든 B. 존슨의 위대한 사회를 비롯해 늘 국가의 사회주의 정책은 어김없이 보수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군대다. 독립전쟁 이후 군인, 재향군인 및 그 가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원칙적으로 사회주의에 적대적인 미국에서 통합된 복지국가에 가까운 형태였다. 미국도 국가 안보가 위태로울 때는 적어도 사회주의의 일부를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는 캐네디 대통령의 뉴 프런티어 정책을 계승하고 확장한 것으로 1964년과 1965년에 제안하고 추진되었던 일련의 국내 정책 프로그램과 입법 조치다. 이 사회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는 빈곤을 줄이고, 인종 차별을 철폐하며,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도시와 농촌의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특히 복지 국가로서의 미국으로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사회와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복지와 시민권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재정적 압박과 보수적인 반대로 인해 모든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지는 못했다. (옮긴이 주)
'사회주의적 이득의 불가피성에 대한 인식은 미국의 냉전 전사들을 움직이게 한 걱정거리였다'
- 재커리 조나단 제이콥슨은 <닉슨의 광기: 감정적 역사>(존스 홉킨스 대학 출판부, 2023)저자다.
20세기 후반에는 칠레에서 앙골라, 그리스에서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질서가 나뉜 세계 사이의 투쟁이 벌어졌다. 미국의 '냉전 전사'들은 이데올로기적 독소가 국가와 국가로 확산되는 악몽 같은 환상을 가졌다. 미국은 독재 정권을 기꺼이 지원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보루로써 자신의 위치를 지켰다.
어빙 하우는 왜 공산주의는 고사하고 사회주의조차도 미국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박했다: ‘위스콘신의 확고한 사회민주주의자들과 서부의 맹렬한 신디케이트주의자들, 뉴욕의 유대인 이민 노동자들과 오클라호마의 불타는 소작농들, 기독교 사회주의자들과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어떻게 모두 같은 당에 머물 수 있겠는가?’ 하우는 너무 분산되어 있어 통합할 수 없는 운동에 낙담했다. 미국의 특성상 민족적 충성심과 지리적 특성은 하나의 당으로 단결하기에는 너무 큰 장애물이었다.
* 어빙 하우(Irving Howe, 1920-1993)는 미국의 저명한 지식인, 문학 비평가, 정치 활동가이자 사회주의자였다. 그는 특히 20세기 중반의 미국 좌파 운동과 문학 비평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옮긴이 주)
하지만 하우의 분석은 한 가지 가정을 전제로 했다. 그는 미국의 기묘한 사회적 혼합이 아니었다면 사회주의 운동이 번성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마찬가지로, 이 문제의 가정은 만약 특정한 요인이 없었다면 지금쯤 미국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결집했을 것이라는 거다. 이 논쟁의 틀은 사회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적대적인' 미국을 예외적인 것으로 설정하는 반면, 유럽의 국가들은 보다 ‘정상적인’ 역사적 진보 과정의 암묵적인 모델로 삼고 있다. 여기선 마르크스의 역사 이해의 첫 원칙들이 당연시되고 있다. 공통된 고통으로 인해 노동 계급이 의식적이고 본능적으로 단합할 것이라는 것, 방해받지 않는다면 사회주의자들이 생산 수단을 장악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분열되고 심술궂지 않다면 미국인들이 노동 계급의 원인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거다.
흥미롭게도 사회주의 진보의 필연성이 미국의 냉전 전사들을 걱정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들은 ‘붉은 물결’에 맞서지 않는다면 국가들이 공산주의에 도미노처럼 연이어 무너질 것을 두려워했다. 그들 역시 사회주의 혁명이 제시하는 약속에 내재된 매력적인 힘을 당연하게 여겼다.
'미국의 반공주의는 반식민주의에 대한 워싱턴의 약속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 빈센트 베빈스는 '우리가 불타면: 대중 시위 10년과 사라진 혁명(헤드라인, 2023)'의 저자다.
* '미국의 반공주의는 반식민주의에 대한 워싱턴의 약속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 미국은 역사적으로 반식민주의적 입장을 취해왔으나, 실제로는 반공산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식민주의적 정부나 정책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반공산주의가 반식민주의보다 우선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나타낸다. (옮긴이 주)
미국에서는 깊은 이념적 헌신과 이기적인 현실 정치가 결합하여 막연하게 사회주의로 간주 될 수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강력하고 종종 치명적인 반대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미국의 반공주의는 한 가지 원인으로만 생겨난 것이 아니다.
에릭 홉스봄에 따르면, 미국이라는 국가와 주체성에 대한 개념은 '사실상 공산주의의 정반대 개념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은 봉건적, 집단적, 자유주의 이전의 전통을 인정하지 않는 정착민 식민지이며, 개인이 항상 최고로 군림해 왔다. 건국 초기부터 한 개인을 자유로운 개인으로 간주하게 만든 것은 바로 사유재산이었다.
*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1917-2012)은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역사학자 중 한 명으로, 주로 사회사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에 기여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옮긴이 주)
1917년부터, 특히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소련은 미국의 권력과 영향력에 도전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이는 모스크바가 미국과의 갈등에 관심이 없던 (많은)순간에도 여전히 사실이었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드가 말했듯소련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민족이 미국 모델을 모방하지 않고도 자신의 상황에 도전할 수 있는 대안적 근대성'을 제공했다. 이 길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수록 미국 정부가 이를 차단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 결과, 강력한 국가 관료들이 자신들의 가장 깊은 무의식적 편견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역사적으로 드문 위험한 조합이 나타났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드(Odd Arne Westad)는 노르웨이 출신의 저명한 역사학자로, 주로 냉전 역사와 국제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그는 냉전이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과 제3세계 국가들이 냉전 기간 동안 겪은 경험에 대해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저술했다. (옮긴이 주)
미국이 세계 최강의 강대국이 되면서 호치민과 수카르노 같은 좌파 지도자들은 미국과의 좋은 관계를 희망했다. 그들은 반식민지 혁명에 대한 미국의 역사적 헌신이 반공주의에 대한 미국의 헌신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틀렸다. 20세기 후반에 좌파에 대한 대량 학살이 자행되었고, 20개 이상의 국가에서 군사정권과 암살단이 다양한 수준의 미국 지원에 의존해 같은 기간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기구 국가들이 행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처형했다. 사회주의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은 자국 국경에서 끝나지 않았다. (옮긴이 김명호)
-원문-
“Why Is the United States Hostile to Socialism?” History Today. 11 Nov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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