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부유했던 의사 올레 보름(Ole Worm, 1588-1654). 그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기에, 두둑했던 주머니를 이용해 세계 곳곳의 진귀한 물건들을 수집했다. 그가 수집품을 보관했던 방은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이라 불리었다.
그가 죽은 후, 보름의 수집품을 기록하여1655년에 <Museum Wormianum>를 출판하였는데 아마도 보름은 처음 들어봐도 이 책의 표지 삽화는 한번쯤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림은 보름의 ‘호기심의 방’을 옮겨그린 것으로 지금봐도 진귀한 수많은 수집품들을 엿볼 수 있다. 그 중에서 그림의 한가운데 위치한 십자가 모양의 물체를 보자.
요 괴상한 물건은 뭘까?
그림으로는 뭔지 모르겠지만, 이건 오크나무(oak)의 뿌리에 감싸진 말의 아래턱뼈라고 한다.
이를 연구해 2009년 뮤지엄 히스토리 저널에 발표했던 다흘봄(Dahlbom)은 이 기묘한 수집품이 십자가 모양이기 때문에 그림의 정중앙에 놓여 원근법을 위한 기준점의 역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올레 보름에게도 매우 소중한 표본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나무에 감싸여진 말의 턱뼈와 같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이 수집품은 다른 책에서도 등장한다.
fig.1이 올레보름의 표지삽화에 그려져 있는 바로 그 표본이다
이 수집품은 보름이 덴마크왕 프레드릭 3세(Frederick III)에게 선물하였고, 그의 아들 크리스찬(Christian V)의 통치 기간 중인1698년에 출판한 <Museum Regium>의 삽화에서 다시 등장했다. 이후 170여년간 왕가의 수집품 창고에서 쳐박혀 있었고, 1820년 왕실 수집품이 왕립 박물관으로 이전되고 공공에 개방되었지만, 이 표본은 전시되지 않았다. 1898년에 이르러서야 이 표본은 재발견되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1963년에 다시 창고행 처지가 되었지만, 2011년부터 코펜하겐 대학교의 지질학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으며, 이 박물관이 이전하는 2018년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끝>
* 가디언지에 실렸던 기사를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 원문은 이쪽: Henry Nicholls. “Worm’s jawbone: how a zoological curiosity became a historical treasure”. the Guadian, Nov 25. 2013. (http://www.theguardian.com/science/2013/nov/25/copenhagen-jawbone-zoological-curiosity-historical-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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