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기반 신경망에 관한 권석준 선생님의 글 1편에 이어 2편의 일러스트도 맡았다. 처음부터 고등과학원에서는 두 편에 대한 일러스트를 맡겼고, 나는 미처 글을 다 읽기도 전에 그러면 각각 인공 신경망(ANN)과 물리 기반 신경망(PINN)에 관한 일러스트를 그려서 대조되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 꽂혀 버렸다. 이게 참 양날의 검인데. 초반에 떠오른 기똥찬 아이디어가 예상에 맞게 적합한 것이라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럭키한 상황이지만, 만약 하고보니 적합하지 않았다면 뇌를 달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불행히도 이번 경우는 후자였다. 큭~. 어차피 두 그림이 동시에 놓이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러한 컨셉을 고집할 이유도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천천히 본문을 읽었다. 내가 전문가 수준으로 글을 이해할 필요는 없고,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에 내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만 건져내기로 했다.
근데 역시 흥미진진하다! 후편은 PINN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로 열, 자기장, 난류와 같은 복잡한 계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점을 설명한다. 매우 흥미로웠던 지점은 이런 복잡계를 계산하는 데 있어 ANN는 시공간을 격자와 같은 조각들로 나눠 계산하는 반면, PINN은 특정 방식으로 배치하는 점, 정확히는 콜로케이션 포인트(collocation point)의 데이터와 물리법칙으로 계를 예측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 이 점을 어디에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계산의 정확성이 달라진다고. 예를 들어, 난류의 경우 점들이 흐름의 중간에 위치할 때와 벽과 같은 물체와 맞닿는 외곽에 위치할 때의 값은 다를 것이다. 따라서 이 점들을 어떤 원리로 배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후편의 그림은 이 흥미로운 내용을 담아내고 싶었다. 여러 색깔의 선들로 열이나 난류와 같은 계를 표현했고, 그 위에 배치된 흰 점들은 콜로케이션 포인트를 상징화했다. 그 결과 매우 추상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그림은 본문에 머물러있기 보다는 글을 양분으로 삼아 상상력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매우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하지만, 개인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도 공감해야 의미가 생기는 법이다. 다행히 고등과학원과 권석준 선생님은 나의 시도에 공감해주었다.
고등과학원 작업은 할 때 마다 힘들고, 아씨, 그냥 못한다고 할까하는 생각이 골백번 떠올라도 연락이 오면 기억상실증 환자마냥 어김없이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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