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수 있는 건강 정보 제공자가 현실보다는 엄격함을 우선시하며 대중을 오해에 빠트렸다
코로나19 판데믹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5월에 미 당국은 공중보건 비상사태 지정을 종료했다. 이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재택근무 등 질병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 우리가 했던 모든 노력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과학자 그룹은 마스크 착용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는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을 심화시켰다.
이 보고서는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의료와 관련된 과학적 증거를 “체계적으로” 검토하여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기관인 코크란(Cochrane)에 게재되었고,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질환의 확산을 늦추기 위한 물리적 개입의 효과에 관한 논문이었다. 저자들은 수술용 마스크 착용이 “아마도 거의 또는 전혀 차이가 없을 것”이며 N95마스크의 가치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언론은 이 결과를 마스크가 효과가 없다는 주장으로 축소했다. 뉴욕 타임즈의 칼럼리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마스크 의무화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The Mask Mandates Did Nothing)”는 제목 아래 "주류 전문가와 권위자들이 ... 틀렸다"며 불필요한 피해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헤드라인과 댓글에서는 “마스크는 여전히 효과가 없다”, “마스크에 대한 증거는 ‘거의 제로’”, “마스크는 ‘거의 차이가 없다’”, 심지어 “12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스크가 효과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는 내용도 있다. 코크란 라이브러리의 편집장인 칼라 소어레스-와이저(Karla Soares-Weiser)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녀는 이 보고서가 “마스크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연구를 검토한 결과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한 관점으로 보자면, 이 보고서의 결론은 이용 가능한 증거의 질과 양에 관한 것이며, 저자들은 마스크 착용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술용] 마스크나 N95/P2 마스크 착용이 호흡기 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결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거나 중간 정도”라고 말하면서 그 불확실성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일반인들이 왜 혼란스러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소통의 실패가 아니다. 이 리뷰에 대한 코크란의 접근 방식에는 훨씬 더 깊은 문제가 있다.
이 보고서가 어떻게 문제를 혼동했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연구의 주 저자인 옥스퍼드 대학교의 톰 제퍼슨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해석을 조장했다. 그는 N95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이 마스크에 대한 질문에 “전혀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제퍼슨은 코로나19 정책이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두 번째 문제인 증거의 부재를 부재의 증거로 혼동하는 고전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코르란의 연구 결과는 마스크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마스크가 효과가 있다고 결론을 내릴 만큼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제퍼슨은 이러한 구분을 지워버리고, 사실상 저자들이 마스크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코크란은 전에도 이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2016년에 치실 사용이 시간 낭비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치실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십니까?”라고 뉴욕 타임즈는 물었다. 뉴스위크는 “치실 사용의 신화”가 “산산조각 났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미국 치주과학회, 치과 교수, 치과대학 학장, 임상 치과의사는 모두 치실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치아와 잇몸 건강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임상 실습을 통해 확인했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답은 코크란 접근법의 세 번째 문제인 증거를 정의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코크란은 “사전 지정된 적격성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경험적 증거를 식별, 평가 및 종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적격성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코크란 리뷰는 과학적 증거의 ‘황금 표준’으로 불리는 무작위 대조시험(RCT)을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한다. 그러나 많은 질문은 무작위 대조시험으론 제대로 답할 수 없으며, 어떤 질문은 전혀 답할 수 없다. 영양이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이 무엇을 먹게 통제할 수 없고,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영양을 연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치실 사용도 비슷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실을 정기적으로 사용한다고 답한 미국인 4명 중 1명만이 치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마스크가 호흡기 질환의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다만 이것은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캔자스에서 나온 증거다. 캔자스 주지사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몇 주 전에 주 의회는 카운티가 주 전역의 모든 조항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후 몇 달 동안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24개 카운티에서는 코로나19 감염률이 감소했고, 이를 거부한 81개 카운티에서는 감염률이 계속 증가했다.
또다른 연구에선 마스크 착용 명령을 내린 주에서는 명령이 내려진 지 불과 며칠 만에 코로나19 확산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연구 기간인 2020년 3월 31일부터 5월 22일까지 20만 건 이상의 사례를 방지하여 비용, 고통, 생명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코크란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 역학 증거를 무시했다. 저는 과학자들이 선호하는 방법론에 집착해 이를 따르지 않는 연구를 무시하는 이런 접근 방식을 “방법론적 물신주의”라고 불렀다. 안타깝게도 이는 코크란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과학자들은 엄격성에 대한 특정 정의를 독단적으로 고집함으로써 여러 번 오답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증거를 ‘예’ 또는 ‘아니오’라는 명제로 생각하지만, 과학에서 증거는 분별력의 문제다. 많은 연구가 현실 세계의 복잡성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만큼 엄격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구 결과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퍼슨의 주장처럼 마스크가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스크 보고서는 그 이전의 치실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표준 코크란 방법론적 절차”를 사용했다. 이제 이러한 표준 절차가 바뀌어야 할 때다. ◼︎
*저자 나오미 오레스케시사(Naomi Oreskesisa)는 하버드 대학교 과학사 교수로 Why Trust Science?(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9)의 저자이며 The Big Myth(Bloomsbury, 2023)를 공동집필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2023년 11월 호.
'텍스트 > 과학-과학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공지능의 미스터리 (2) | 2023.12.08 |
---|---|
치매를 변호하다 (0) | 2023.11.23 |
나이트쉐이드(Nightshade):생성형 AI에 맞서는 아티스트를 위한 새로운 무기 (1) | 2023.10.26 |
진화는 어떻게 암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나 (0) | 2023.01.13 |
잘못된 인터넷 정보의 그물에 사로잡힌 거미 (2) | 2022.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