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피부가 주름지고,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는 것이 아니다. 늙는다는 건 마모되고, 불필한 것이 쌓여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여러 퇴행성 질환이 나타나고, 약해진 신체는 외부 침입자에도 취약해진다. 죽음은 우리가 수명이 다하는 날 돌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노화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약해지고 병들면서 맞이하는 것이다. 노화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지만, 분명한 건 노화에서 질병은 필연이다. 건강한 죽음이란 차가운 불꽃과 같다. 존재할 수 없는 모순이란 점에서.
따라서 항노화(Anti-aging)란 인체를 보통 이상의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마모된 것을 보강하고, 불필요한 것을 청소해 기능을 회복시켜 정상이었던 상태로 되돌리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노화제는 이전에 없는 전혀 새로운 약이나 물질이 아니라 기존의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는 약이거나 건강보조식품에서 보던 것들인 이유다. 항진균제, 면역억제제, 암치료제, 당뇨약을 비롯해 레스베라트롤, 코엔자임, 강황, 오메가-3 지방산 등이 항노화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음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타우린이 이 목록에 추가되었다.
의학정책신문 <더 메디컬> 2023년 9월호에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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